올여름부터 텃밭 고구마 캐러 간다고 누님에게 계속 말했었다.
한 두 번 말할 때는 그러려니 했겠지만 만날 때마다 내가 고구마 이야기를 계속 해대니
와이프는 계속 눈치를 줬지만 추석 연휴 때 보자마자 고구마 얘기를 먼저 꺼낸 건 누나였다. ㅋㅋ
추석 연휴 때 10월 초에 고구마를 캐자고 잠정 결정했고 그날이 밝았다.
고구마 캐는 복장, 장갑 등을 준비하고 누나 집으로 향했다.
누님께서 만든 김밥을 맛나게 먹고, 작업 복장으로 누나 텃밭으로 바로 이동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고구마 캐는 일이 뭐 힘들겠나 라고 매우 쉽게 생각했다.
도착했는데 이미 매형께서 고구마가 심겨진 고랑의 잡초와 고구마 순을 제거하는 중이었다.
먼저 잡풀, 잡초, 고구마 순을 제거하고 비닐을 걷고 그 이후에 호미 등으로 고구마를 캐면 된다라고 하셨다.
총 2 고랑 반 중에 고랑 한 개의 잡초와 고구마 순을 제거했는데 생전 처음 하는 일인지 아니면
저질 체력인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힘들었다. 땀이 비 올 듯 육수처럼 흘렀고 마스크, 땀수건 등의
거추장스러운 내 몸에 걸었던 것들은 자연스럽게 제거가 되었다.
5분 일하고 5분 쉬었는데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고 했다.
땀은 줄줄 흐르고 숨은 거칠어지고... 저는 좀 쉬었다 할게요 라는 대답뿐... 휴식만이 살길이었다.
삼지창, 호미질로 본격적인 고구마 캐기가 시작되었다.
8살 아들은 연신 재밌다며 고구마 캐기에 매우 만족했다. 와이프는 묵묵히 열심히 고구마를 캤다. ㄳㄳ~
고구마 뿌리줄기에 여러 개의 고구마가 달려 있으면 너무나 재미있고 캐는 맛이 났다.
한 고랑 조금 넘게 캔 후 정식 Break Time을 갖었다. 꿀과 같은 달콤한 시간이었다.
물론 중간중간 아이스 워터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자체 휴식을 취했지만 이런 날씨에는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절실히 생각났다. 휴게시간 간식은 매형이 샀더랬다. ㅋㅋ
짧은 정식 휴게 시간이 끝나고 얼마 남지 않은 고랑, 마지막 스퍼트 시작했다.
나와 누나, 와이프와 매형+8살 아들 2인 1조로 대결하듯 남은 고랑 고구마를 열심히 채굴했다.
고구마 캐는 대략 3시간 정도 어른들은 매우 힘들어했지만 아들은 너무나 너무나 재미있어했다.
한 시간 정도 열심히 고구마를 캐니 끝이 보였다.
총 9박스 가량 되었고 대략 무게를 재어보니 1박스 당 11킬로, 총 100 킬로그램의 고구마를 캤다.
그중 두 박스를 우리 집으로 가져왔고 다음날 바로 고구마튀김을 와이프에게 주문했다.
튀김옷이 바삭하고 고소하니, 고구마는 부드럽고 달달하니 너무나 맛있다.
어제의 힘들었던 고구마 캤던 기억은 사르륵 녹을 정도의 그런 우월한 맛이다.
당연히 아들에게 좋은 기억이 되었고 내년에도 또 고구마를 캐겠다고 한다.
고구마 캐는 중간에 매형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돈으로 따지면 고구마 사서 먹는 게 훨씬 나아~ 이건 뭐 고구마 캐는 재미지. 재미..."
힘들었지만 나름 보람차고 재미있어 내년에도 고구마 캘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한다.
2021.08.26 - [살아가는 이야기] - 슬슬 환절기 비염이 걱정 되는 시기가 온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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