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음력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보름날은 옛말 대보름이다. 음력 1월 15일. 농사의 시작을 의미하는 이 날은 큰 명절로 여겨졌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대보름날 자정 전후에는 마을 제사가 열렸고, 오곡밥 등을 먹으며 전통행사가 이어졌다. 달맞이, 달집 태우기, 지신 밟기, 쥐불놀이 등이 대표적이다. 무형문화재 정책의 확대로, 가족과 지역 공동체가 함께 전하는 생활관습으로 대보름은 2023년부터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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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유래
정월 대보름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유사(三國遺事) 권 1 기이(紀異) 편에 등장한다. 이 기록에는 신라 21대 왕인 소지왕(炤知王)이 경주 남산의 천천정(天泉亭)에서 산책 중에 쥐와 까마귀를 만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쥐가 소지왕에게 말하며 한 노인이 글을 전하는 장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어서, 소지왕이 받은 글을 열어보면 거문고 통을 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그 통 속에서 왕비와 승려의 간음과 반역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소지왕은 까마귀에게 감사를 표하고 정월 보름을 '오기일(烏忌日)'로 지정하여 매년 약식을 지어 제사를 지내게 했다고 전한다. 이 제사는 '달도(達道)'라고도 불리며, 대보름 이후 첫 돼지날, 쥐날, 말날에는 특별한 조심을 당부한다.
이와 더불어, 정월 대보름에 대한 의례는 삼국사기(三國史記)에도 언급되어 있다. 신라에서는 정월 보름에 연등을 달아 기념하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이 풍습은 후에 초파일의 연등 행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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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의례와 세시 풍습
한반도에서는 소지왕의 기록 이전부터 대보름에 다양한 형태의 제사가 열렸을 것으로 유추된다. 정월 명절에는 가정 단위로 제사를 지내고 가족 행사를 치루는 반면,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 단위로 제사가 진행되었으며, 달맞이나 달집태우기 등의 풍습이 여기서 비롯되었다. 대보름날 밤에는 뒷동산으로 올라가 달맞이를 하며 소원을 비는 것이 흔했으며, 농사 운세도 점쳐졌다. 이와 함께 마을 공동체의 제사인 동제나 다양한 의례가 지역마다 다르게 열렸고, 제사는 유교적 방식과 민간신앙이 결합된 형태를 띠었다. 대보름의 풍년과 복을 비는 행사와 놀이로는 볏가릿대세우기, 용알뜨기, 놋다리밟기, 지신밟기, 사자놀이, 차전놀이 등이 있었다. 특히, 쥐불놀이는 대보름 전후로 행해졌으며, 잡초와 병충을 없애며 거름이 되는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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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을 시골에서 자란 시골 촌놈인 나는 구정, 설 명절 이후에 밤마다 동네 공터에 모여 친구들, 형 누나 동생들과 놀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불놀이와 함께 쥐불놀이도 했었다. 멀리 떨어진 다른 동네의 쥐불놀이를 보면서 더 빡쎄게 깡통을 돌렸었다.
정월 대보름 먹는 음식, 오곡밥
대보름에는 찹쌀과 밤, 대추, 꿀 등을 넣어 쪄서 만든 약식을 먹는다. 또한 오곡밥을 지어 먹으며, 부럼이라고 하는 껍질이 단단한 과일을 깨물어 마당에 버리는 행사를 하는데, 이로써 1년 내내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부럼깨기). 아침에는 데우지 않은 찬 술을 마시는데, 이를 귀밝이술이라 하며, 일년 내내 귀가 잘 들리고 좋은 소식만 듣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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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보름에는 지역마다 약밥이나 보리밥 등을 나물과 함께 담위에 얹어 까마귀가 먹도록 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를 까마귀밥이라고도 한다.
정월 대보름에는 묵은나물과 복쌈을 먹는 풍습도 있었다. 고사리, 버섯, 호박고지, 무말랭이, 가지나물, 산나물 등을 말려두었다가 보름날이나 그 전날 나물을 무쳐 오곡밥이나 약밥과 함께 먹는데, 묵은나물을 먹으면 그 해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김이나 취잎사귀로 오곡밥을 싸서 먹는 것을 복쌈이라고 하여 복이 들어온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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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하지 말아야할 것, 금기 사항
한국은 전통적인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정월 대보름에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금기가 존재했다. 대보름에는 찬물을 마시지 않도록 하며, 비린 것을 먹지 않도록 했다. 또한 보름날 까마귀에게는 밥을 주지만, 집에서 기르는 개에게는 주지 않았다. 칼질을 하지 않았으며, 집 문에 키 작은 사람이나 아이가 가장 먼저 출입하는 것을 피했고, 대보름날 아침에는 마당을 쓸지 않았다. 이런 관습은 한 해의 풍요와 기원을 바람직하게 한다고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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